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기자단 가입신청   | Q & A   |

지역로그 | 태그 | 미디어로그 | 방명록

“10년 넘겨 해보니 한국만큼 토론하기가 어려운 나라가 있을까 싶어요. 막무가내 제 말만 하거나, 무조건 상대방 머리끄덩이를 잡아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많아요. 돈 받으면서 공부한 제 경험으로 보면, 토론은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여유를 지닐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그런 자세를 갖추고 나온 분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토론프로그램 진행의 귀재라고 불리던 KBS TV '심야토론'과 KBS 라디오 ‘열린토론’을 진행하던 정관용 전 MC가 어느 신문에서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KBS로부터 쫓겨날 때, KBS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외부 MC를 내부 직원으로 교체하겠다’면서, 오히려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을 편성하여 박중훈씨에게 MC를 맡겼다. 서운했을 터, 정관용 전 MC는 ‘쫓겨난 사정과 감정’도 살짝 내비친다.


“제 출연료가 많았다 해도 요즘 예능 프로그램 MC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밖에서 온 사람이 KBS 토론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불리는 데 대한 불쾌함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제가 천년만년 움켜쥐고 있을 것도 아니고 세상만사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그 동안 마음고생의 일면을 드러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관용 전 MC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토론은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여유를 지닐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그런 자세를 갖추고 나온 분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토론은 한 마디로 ‘전쟁’이다. 개인적으로 정관용 전 MC가 진행하던 ‘심야토론’과  ‘열린토론’에도 수차례 패널로 출연한 바, 필자 또한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여유’를 갖고 토론에 임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냥 ‘전쟁터’에 나갔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채 100분을 보냈던, 그 수많은 패널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정관용 전MC가 말하는 ‘그런 자세를 갖추고 나온 분’은 아니었던 것. 부끄럽다.


목소리 크고, 발음 부정확하고, 흥분하고, 말 끊고, 상대방 배려하지 않고. 그렇게 지난 8년 이상,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언론관련 토론회를 수 백 회 겪었다. MC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과 패널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차이도 동시에 경험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케이블TV인 ‘KTV 생방송 시사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MC 자리에 앉아서 토론을 지켜보는 것과, 패널 자리에 앉아서 토론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MC를 6개월 정도하면서, ‘목소리 크고, 발음 부정확하고, 흥분하고, 말 끊고, 상대방 배려하지 않는’ 패널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었다. 시청자들이, 그런다고, 더 많이 들어주고, 당신들의 주장에 더 많이 귀 기울일까, 하면서.


그런데 그게 아니더이다. 기억으로는, ‘KTV 생방송 시사토론’ MC를 그만둔 바로 그 다음 주, YTN의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MC로서가 아니라 패널로서. 녹화방송이었는데, 당시 MC였던 프레시안의 박인규 대표가 끝나자마자 한 마디, “양박사는 토론에서 이겼는데, 시청자평가에서는 졌을 거야.”


순간 ‘띵’해 오는 기분. MC석에 앉아 패널들의 토론을 보면서, ‘목소리 크고, 발음 부정확하고, 흥분하고, 말 끊고, 상대방 배려하지 않는, 패널’이 바로 불과 1주일 전까지 MC석에 앉아서 느긋하게 패널을 속으로 ‘평론’하던 내 자신이었던 셈. 


정관용 전 MC의 말 한 마디 한마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깊이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MC석이든 패널석이든, ‘토론’을 해야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격렬한 논쟁이 오가면서, 앞에 앉은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이기려고 애를 쓰는 순간, 그 광경을 지켜보는, 방청석과 시청자 청취자들이 눈살을 찌푸릴 수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쉽지 않더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토론태도임을 부인할 수 없으니. 대략난감.


저작자 표시
Posted by yms7227.mediaus.co.kr 양문석



트랙백 주소 :: http://yms7227.mediaus.co.kr/trackback/15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양초 2009/02/17 0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관용씨의 열린토론 아주 맛깔나게 들었었는데 지금은 재미 없어서 잘 안 듣습니다.